비타민C 이야기, 바다를 삼킨 괴혈병 (6편)

 

비타민C 이야기, 바다를 삼킨 괴혈병 (6편)



잠시 정보 대신 이야기예요 비타민C가 세상에 알려지기전, 이름조차 없던 시절로 가볼까요.

18세기, 대항해시대의 바다. 뱃사람들에게 진짜 공포는 폭풍도, 해적도 아니었다. 그것은 배 안에서 조용히 퍼지는 병, 괴혈병이었다.

몇 달씩 육지를 밟지 못하고 소금에 절인 고기와 딱딱한 비스킷만 먹다 보면, 선원들의 몸은 서서히 무너졌다. 잇몸이 붓고 물러 이가 빠졌다. 오래전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기운이 빠져 손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어지다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 괴혈병이 번진 배는 그야말로 떠다니는 병동이었다. 신음이 갑판을 메웠고, 매일 아침이면 빈자리가 하나둘 늘어 갔다. 한 항해에서 배에 탄 510명 중 380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폭풍이 삼킨 것보다, 전투에서 잃은 것보다 훨씬 많은 목숨이 이 병 앞에 스러졌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나쁜 공기 탓이라는 사람도, 게으름 탓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저마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했지만, 진짜 답을 아는 이는 없었다. 얼마 전 세계를 한 바퀴 돈 어느 함대에서도 이 병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린드는 그 이야기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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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년, 영국 해협을 지키던 군함 솔즈베리호. 이 배의 젊은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죽어 가는 선원들을 지켜보며 결심했다. "짐작만으로는 안 된다. 직접 시험해 보자."

그해 5월, 린드는 괴혈병에 걸린 선원 열두 명을 골랐다. 증상이 비슷한 이들을 같은 방에 두고, 똑같은 음식을 먹였다. 조건을 최대한 똑같이 맞춰야, 무엇이 진짜 차이를 만드는지 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딱 하나. 두 명씩 여섯 쌍으로 나눠, 쌍마다 다른 것을 먹인 것이다. 한 쌍에게는 사과주를, 다른 쌍에게는 식초를, 또 다른 쌍에게는 바닷물을 주었다. 황산을 몇 방울 떨어뜨려 먹인 쌍도 있었다. 그리고 한 쌍에게는 오렌지 두 개와 레몬 한 개를 매일 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두 사람만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사람은 엿새 만에 다시 일어나 다른 환자들을 돌볼 정도로 회복했다. 나머지 처방을 받은 이들은 거의 그대로였다. 답은 분명했다. 신선한 과일 속 무언가가, 이 무서운 병을 물리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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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년의 이 작은 실험은, 훗날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 중 하나'로 불리게 된다. 린드는 1753년, 자신의 발견을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에 안타까운 반전이 있다. 정작 린드 자신도 '왜' 과일이 효과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 시절엔 '비타민'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으니까. 그는 다만 '효과가 있더라'는 사실만 보여 주었을 뿐, 그 정체는 200년 가까이 더 기다려야 밝혀질 참이었다.

더 안타까운 건 그다음이다. 린드가 답을 보여 주었는데도, 해군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무려 40년이 넘게 걸렸다. 그 긴 세월 동안,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선원이 여전히 같은 병으로 바다 위에서 스러져 갔다. 한 사람의 옳은 발견이 세상을 바꾸기까지, 때로는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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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게 뭐냐면요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이제 현실로 돌아올게요.

오렌지와 레몬 속에 숨어 선원들을 살린 그 '무언가'가, 바로 오늘 우리가 아는 비타민C예요. 린드는 그 이름도, 정체도 몰랐지만, 신선한 과일이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 주었죠. 다만 오해는 말아 주세요. 옛날 뱃사람들에게 절박했던 건 '괴혈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어요. 오늘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우리에게 비타민C의 역할은 그때와는 결이 달라요. 효능은 앞선 정보 편에서 다룬 그대로, 과장 없이 봐 주시면 좋겠어요.

다음 이야기(7편)에서는, 200년 가까이 베일에 싸여 있던 이 과일 속 물질의 정체를 마침내 밝혀낸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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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으로 더 만나고 싶다면  

제목: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저자: 스티븐 M. 사가

요약: 대항해시대 괴혈병의 진실과 비타민C 500년의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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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https://www.foodsafetykorea.go.kr/
  • 제임스 린드의 괴혈병 임상시험(1747년)자료
  • 『괴혈병에 관한 논문』(1753년) 관련 의학사 자료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흥미를 위한 콘텐츠로, 일부 장면과 표현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성분 및 섭취 방법은 제조사나 전문가의 지침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경우에는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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