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이야기, 파프리카에서 찾은 정체 (7편)

 

7편 — 파프리카에서 찾은 정체 (발견 이야기)



제목: 비타민C 이야기, 파프리카에서 찾은 정체 (7편)

6편에서 린드가 남긴 수수께끼, 기억하시죠? 오렌지 속 '무언가'의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예요.

린드가 오렌지와 레몬의 힘을 보여 준 지 어느덧 200년 가까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정작 과일 속 '그 무언가'의 정체는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수수께끼를 풀 사람은 뜻밖의 곳에서 나타났다. 헝가리의 과학자 앨버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 재미있게도 그의 원래 관심은 '비타민'이 아니었다. 그는 사과를 깎아 두면 왜 갈색으로 변하는지, 그 산화라는 현상에 푹 빠져 있었다.

✦ ✦ ✦

연구를 하던 어느 날, 센트죄르지는 이상한 물질 하나를 발견했다. 과일과 동물의 부신에서 뽑아낸 그 물질은, 갈변을 막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일단 '헥수론산(hexuronic acid)'이라는 임시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 의심이 피어올랐다. "혹시 이 물질이, 그 유명한 괴혈병을 막는 비타민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발견이었다. 하지만 증명하려면 이 물질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조금씩 뽑아내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연구는 재료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멈춰 섰다.

✦ ✦ ✦

돌파구는 뜻밖의 곳에서 열렸다. 바로 저녁 식탁이었다.

어느 날 저녁, 식탁에 붉은 파프리카 요리가 올라왔다. 그날따라 센트죄르지는 그걸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남기기도 미안했다. 그는 문득 꾀를 냈다. "이걸 실험실에 가져가서 연구하는 척하면 되겠군." 그렇게 먹기 싫어 들고 간 파프리카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파프리카를 분석하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붉은 채소 안에, 찾던 물질이 그야말로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다. 마침 그가 있던 헝가리의 도시는 파프리카로 유명한 고장이었다. 이제 그는 이 물질을 킬로그램 단위로 넉넉히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세월 그를 막아 온 재료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 ✦

넉넉해진 재료로, 센트죄르지는 젊은 동료와 함께 증명에 나섰다. 사람이 그렇듯 기니피그도 비타민C를(당시엔 헥수론산이라 불렀죠) 몸에서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그 물질을 주지 않은 기니피그는 괴혈병에 걸렸고, 꼬박꼬박 챙겨 준 기니피그는 멀쩡했다. 마침내 답이 나왔다. 그 신비한 '헥수론산'이, 바로 괴혈병을 막는 비타민C였던 것이다. 200년 가까이 이름 없이 숨어 있던 물질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이 물질에 새 이름을 붙였다. 괴혈병을 막는다는 뜻을 담아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라고. 영어로 '괴혈병에 맞선다'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비타민C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곧이어 영국의 한 화학자가 이 물질의 정확한 구조를 밝히고, 실험실에서 똑같이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귀하기만 하던 비타민C를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37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센트죄르지에게 안겼다. 훗날 그는 자신의 발견을 이렇게 돌아보았다. "발견이란, 모두가 본 것을 보면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내가 색을 워낙 좋아해서 비타민C를 발견한 것 같다." 붉은 파프리카를 떠올리면,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 ✦ ✦

그래서, 이게 뭐냐면요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이제 현실로 돌아올게요.

린드가 '효과가 있더라'며 보여 준 그 무언가가(6편), 센트죄르지의 손에서 마침내 '비타민C'라는 이름과 정체를 얻은 거예요.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비타민C', '아스코르브산'이라는 이름에도 이런 긴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다만 멋진 발견 이야기라고 해서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 '얼마나 먹어야 하나'를 두고 훗날 큰 논쟁이 벌어지거든요. 그 이야기가 바로 마지막 8편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어느 천재 과학자가 비타민C를 두고 세상과 벌인 뜨거운 논쟁을 들려드릴게요.

✦ ✦ ✦

📖 한 권의 책으로 더 만나고 싶다면 

제목: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저자: 스티븐 M. 사가

요약: 대항해시대 괴혈병의 진실과 비타민C 500년의 과학사.

✦ ✦ ✦

📚 참고자료

  • 노벨상 공식 자료,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 (Albert Szent-Györgyi):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1937/szent-gyorgyi/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https://www.foodsafetykorea.go.kr/
  • 비타민C(아스코르브산) 발견 관련 과학사 자료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흥미를 위한 콘텐츠로, 일부 장면과 표현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성분 및 섭취 방법은 제조사나 전문가의 지침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경우에는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