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유전자검사, 유전질환이 의심될 때 언제 받아야 할까?
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결혼 전에 유전자검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결혼이나 임신을 준비하면서 유전자검사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 유전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같은 질환이 여러 가족에게 반복해서 나타났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리 알아본다고 해서 모든 유전질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특정 유전질환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알게 된다면, 부부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앞으로의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아이가 태어난 뒤 필요한 검사나 치료가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미리 알아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가족 중에 어떤 질환이나 증상이 있을 때 유전자검사를 알아봐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유전질환이 의심될 때 유전자검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황과 검사 결과를 볼 때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유전자검사는 어떤 경우에 받아야 할까?
유전자검사는 한 가지 목적으로만 시행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이미 나타난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한 진단검사로 사용할 수도 있고, 가족에게 특정 유전질환과 관련된 변이가 확인된 경우 같은 변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사할 수도 있습니다.
또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특정 질환의 위험을 알아보는 검사, 임신과 가족계획을 위한 보인자 검사나 산전검사 등도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유전자검사를 고려하는 이유로 가족에게 나타나는 유전질환 확인, 증상이 있는 사람의 진단,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생길 가능성 확인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유전자검사를 받아보면 좋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왜 검사를 하려는지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중 같은 질환이 있으면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할까?
유전질환 가능성을 확인할 때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가족력입니다.
부모와 자녀에게 비슷한 질환이 나타나거나 형제자매 여러 명에게 같은 질환이나 특징적인 증상이 반복된다면 유전적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여러 세대에 걸쳐 특정 질환이 반복되거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같은 질환이 나타나는 가족력이 있다면 의료진이 유전상담이나 검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CDC도 가족 건강기록은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질환 검진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가족 중 여러 명에게 같은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전질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은 유전자뿐 아니라 생활환경이나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족력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질환이 발생한 나이, 가족 중 몇 명에게 나타났는지, 어떤 관계의 가족에게 나타났는지, 현재 본인의 증상과 검사 결과가 어떤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어린 나이에 질병이 생기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 예상보다 매우 이른 나이에 발생했다면 의료진이 유전적 원인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특히 영유아나 어린이에게 선천성 이상, 발달 지연, 근력 저하, 시력이나 청력 문제 등 유전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유전상담이나 검사가 진단 과정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CDC도 어린이에게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나 선천성 이상, 발달 문제, 시력·청력 문제 등이 있을 때 유전상담을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어린 나이에 질병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유전질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진행 과정, 가족력, 진찰 결과와 다른 검사 결과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유전질환일 수 있을까?
일부 유전질환은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장기나 신체 부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육이나 신경계 문제와 함께 시력이나 청력 문제가 나타나는 등 처음에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이 하나의 질환과 관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장기나 신체 부위에서 특징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의료진이 전체 증상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유전적 원인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증상이 있다고 해서 유전질환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감염,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을 비롯한 여러 원인도 비슷한 증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검사를 해도 원인을 모를 때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을까?
증상이 계속되는데 일반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증상이나 가족력 등을 종합했을 때 특정 희귀질환이나 유전질환이 의심된다면 유전자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질환인지 명확하지 않거나 여러 유전자가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여러 유전자를 함께 확인하는 유전자 패널검사나 엑솜 시퀀싱, 유전체 시퀀싱 같은 검사가 검토되기도 합니다.
MedlinePlus Genetics는 단일 유전자검사나 패널검사로 진단되지 않았거나 의심되는 유전적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엑솜 또는 유전체 시퀀싱이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유전자검사를 하면 항상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검사 기술로 확인하기 어려운 유전적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발견된 변화가 실제 질환의 원인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나도 검사해야 할까?
가족 가운데 한 명에게 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면 다른 가족도 같은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족 연쇄검사(cascade testing)**라고 합니다.
CDC는 가족에서 유전질환이 발견된 뒤 관련 가족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가족부터 검사를 이어가는 과정을 가족 연쇄검사라고 설명합니다.
이 경우에는 처음부터 모든 유전자를 폭넓게 검사하기보다 가족에게 이미 확인된 특정 변이를 중심으로 검사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와 언제 검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질환의 유전 방식과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이나 유전상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유전자검사 결과는 검사받은 한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정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 혈연 가족에게도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전후에 결과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 준비 중에도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을까?
유전자검사는 이미 나타난 질환의 원인을 찾는 데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가족에게 특정 유전질환이 있거나 유전질환과 관련된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임신 전이나 임신 중 유전상담과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반복적인 유산이나 사산의 경험이 있거나 이전 임신 또는 자녀에게 유전질환이나 선천성 이상이 있었던 경우에도 의료진이 유전상담을 권할 수 있습니다.
CDC는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개인과 가족의 병력을 바탕으로 유전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전자검사에는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뿐 아니라 보인자 검사, 산전검사, 예측검사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가족력과 건강상태, 임신 여부, 검사 목적에 따라 달라지므로 의료진 또는 유전상담 전문가와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자검사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유전자검사’라고 하면 하나의 검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확인하려는 대상과 범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의심되는 원인 유전자가 비교적 분명하다면 단일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유전자가 같은 질환과 관련될 수 있다면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유전자 패널검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기존 검사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직접 관여하는 DNA 영역을 폭넓게 살펴보는 **엑솜 시퀀싱(exome sequencing)**이나 더 넓은 DNA 영역을 분석하는 **유전체 시퀀싱(genome sequencing)**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범위가 넓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은 검사는 아닙니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원래 검사 목적과 관계없는 유전적 변화가 발견되거나 현재 의학으로는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증상과 가족력, 의심되는 질환을 바탕으로 적절한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전자검사에서 변이가 나오면 유전질환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DNA에는 개인마다 많은 차이가 있으며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그 변이가 모두 질병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검사 결과에서는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변이가 발견될 수도 있고, 질환과의 관계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의미 불확실 변이(VUS, 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 결과를 단순히 “이상이 있다” 또는 “이상이 없다”로만 판단하면 안 됩니다.
MedlinePlus Genetics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개인의 병력과 가족력,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의미가 불확실한 변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특정 유전질환이 확진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유전자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유전질환이 아닐까?
유전자검사에서 원인이 될 만한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음성 결과(negative result)**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유전질환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마다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와 유전적 변화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사용한 검사 방법으로 찾기 어려운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아직 특정 유전자와 질환의 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음성 결과는 보통 “이번 검사에서 찾으려던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며, 곧바로 “유전질환이 절대 아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MedlinePlus도 유전자검사는 유전질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검사가 아니며 검사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전자검사 전후에 유전상담은 왜 중요할까?
유전자검사는 일반적인 혈액검사와 조금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결과가 본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 등 가족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 전에는 왜 이 검사가 필요한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무엇은 알 수 없는지,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 후에도 결과가 현재 증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앞으로 어떤 건강관리가 필요한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CDC는 유전상담이 개인과 가족의 병력을 검토하고 유전자검사가 적절한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검사 후에는 결과와 다음 단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유전자검사는 검사를 받는 것만큼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유전자검사는 언제 받는 것이 좋을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 의료진과 유전자검사 또는 유전상담의 필요성을 상의해볼 수 있습니다.
가족 안에서 비슷한 질환이나 특징적인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
일반적인 경우보다 매우 이른 나이에 특정 질환이 나타난 경우,
어린이에게 발달이나 성장 문제, 선천성 이상 등 유전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는 경우,
여러 장기나 신체 부위에 특징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여러 검사를 했지만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했고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가족에게 질환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또는 임신과 가족계획 과정에서 특정 유전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 해당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유전자검사는 미래의 질병을 모두 확정적으로 알려주는 검사도 아닙니다. 어떤 검사는 질환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고, 어떤 검사는 앞으로 질환이 생길 위험이나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을 알아보는 데 사용됩니다.
따라서 현재 증상이나 가족력 때문에 유전질환이 걱정된다면 인터넷 정보만으로 검사 종류를 선택하기보다 현재 증상과 가족력을 의료진에게 먼저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유전상담을 받아 적절한 검사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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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유전질환이 있는 아이와 가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이야기책입니다.
영국 UCL의 희귀 유전질환 연구팀인 IMAGINE ID가 아이와 가족, 의료진이 희귀질환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유전자검사를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와 가족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이 글과 함께 읽어보기 좋습니다
※ 이 글은 유전자검사와 유전질환에 관한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가족력만으로 유전질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거나 특정 유전자검사를 임의로 선택하지 마세요. 검사 필요성과 검사 종류, 결과의 의미는 개인의 증상과 가족력, 기존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료진이나 유전학 전문가, 유전상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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