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K 혈액과 뼈사이에서/소설 같은 이야기 (3/3편)

혈액초고노트와 비이커가 여려개 놓여있는 책상.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실험실 안 배경

이야기를 읽으면 또 다른 세상을 보는것 같았어요.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부르듯이 어딘가가 꽉 찬 느낌 같은것이 있어요. 감사한 일이지요.

이번 이야기는 도이지가 밝혀냈듯, 비타민 K에는 비타민 K가 K1, K2 두 형제라는 걸 알게 됐죠. 형은 K1, 동생은 K2. 그런데 처음 한동안 무대의 주인공은 늘 형이었습니다. 세상에 먼저 널리 알려진 쪽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쪽도 주로 K1이야기도 있습니다.

형 K1은 일찍부터 유명했습니다

K1은 ‘피가 정상적으로 굳는 데 필요한 비타민’이라는 역할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녹색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어 음식에서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면 K2는 오랫동안 형의 그늘에 가려 있었습니다. “같은 비타민 K 계열에 속하는 또 다른 형태” 정도로만 여겨졌고, 혈액 응고 이외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 K는 정말 피가 굳는 데만 필요한 걸까?”

당시까지 알려진 비타민 K의 가장 중요한 무대는 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깊어질수록 비타민 K가 다른 조직에서도 무언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뼈에서 뜻밖의 단백질이 발견됐습니다

1974년 과학자들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연구하다가 **Gla(감마-카복시글루탐산)**라는 특별한 아미노산을 확인했습니다. 비타민 K의 도움으로 단백질 속 일부 아미노산이 변한 것이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백질이 칼슘과 결합해 혈액 응고 과정에서 작동하는 데 필요했습니다. 1974년 스텐플로 연구팀의 원논문에서 이 발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발견은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비타민 K와 관련된 단백질이 혈액 속에만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뼈에서도 그 흔적을 찾았습니다. 1975년 하우슈카 연구팀은 닭의 뼈에서 얻은 단백질에 Gla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1976년 프라이스 연구팀은 소의 뼈 등에서 Gla를 포함한 단백질을 분리하고 그 성질을 밝혔습니다. 이 연구들은 오늘날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 또는 ‘뼈 Gla 단백질(Bone Gla Protein)’이라고 부르는 단백질을 알아가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1975년 하우슈카 연구팀의 원논문과 1976년 프라이스 연구팀의 원논문에 당시 연구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오스테오칼신은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비타민 K는 이 단백질에 Gla가 형성되는 과정에 필요하며, 이렇게 변한 단백질은 칼슘과 결합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비타민 K 안내에서도 오스테오칼신과 뼈 대사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다만 이 역할이 밝혀졌다는 사실만으로 비타민 K 영양제가 골다공증이나 골절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병아리의 출혈 때문에 발견된 비타민 K가 수십 년 뒤에는 뼈 속에서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가 굳는 과정을 따라가던 연구는 이제 뼈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으로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조용했던 K2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 K2는 MK-4, MK-7, MK-9 등 여러 형태를 가진 메나퀴논 계열입니다. 일부는 발효식품이나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고, 영양제에서는 특히 MK-4와 MK-7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K1뿐 아니라 여러 K2 형태가 비타민 K 의존성 단백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K2와 뼈 건강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도 늘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K2 보충제가 뼈 건강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K2를 먹으면 무조건 뼈가 튼튼해진다”**고 말하기보다, K2를 포함한 비타민 K가 뼈와 관련된 단백질의 정상적인 작용에 관여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NIH 역시 비타민 K 보충제가 실제 골다공증이나 골절 위험을 줄이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병아리의 피가 멎지 않는 이유를 찾다가 발견한 비타민이, 수십 년 뒤에는 뼈를 만드는 과정과 관련된 단백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더 필요했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칼슘은 뼈에서 제대로 활용되어야 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칼슘이 뼈 건강에 이용되려면 먼저 음식 속 칼슘이 몸 안으로 흡수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가 앞선 이야기에서 만났던 영양소가 다시 등장합니다.

바로 그 영양소가 비타민 D입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음식 속 칼슘이 몸 안으로 흡수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반면 비타민 K는 오스테오칼신 같은 뼈 관련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합니다.

서로 맡은 일은 다르지만 칼슘과 뼈 건강이라는 같은 무대에서 함께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관계를 아주 쉽게 비유하면 비타민 D가 칼슘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일을 돕고, 비타민 K는 들어온 칼슘을 이용하는 뼈 대사 과정에 필요한 단백질이 제대로 일하도록 돕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흔히 말하는 **“비타민 D가 문을 열면 K2가 칼슘을 붙잡아 뼈까지 데려간다”**는 표현은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입니다. 실제 몸속에서는 칼슘과 뼈 대사에 비타민 D와 K뿐 아니라 여러 호르몬과 단백질, 영양소가 함께 관여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비타민이 만났습니다

비타민 D의 출발은 구루병과 햇빛이었습니다.

비타민 K의 출발은 병아리의 출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비타민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였습니다.

한쪽 과학자들은 햇빛과 칼슘을 연구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피가 멎지 않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깊어지면서 두 이야기는 뼈와 칼슘이라는 무대에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비타민 K는 뼈 대사와 관련된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각자 전혀 다른 사건에서 발견된 두 비타민이 수십 년 뒤 같은 뼈 건강 이야기 안에서 나란히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D3+K2 제품이 많아졌습니다

비타민 D와 비타민 K가 뼈 대사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알려지면서 두 영양소를 함께 담은 제품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D3+K2 영양제도 이런 배경에서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두 영양소를 한 알에 넣으면 따로 챙기는 것보다 편하다는 점도 이런 제품이 많이 판매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꼭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비타민 D와 K가 모두 뼈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이 D3와 K2를 반드시 함께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현재 미국의 공식 영양 기준에는 비타민 D를 먹는 모든 사람이 K2 영양제도 반드시 함께 먹어야 한다는 권고는 없습니다.

K1은 녹색 채소, K2는 발효식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K1은 시금치나 케일 같은 녹색 잎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반면, K2는 낫토 같은 발효식품과 일부 치즈·동물성 식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콩을 발효시킨 낫토에는 MK-7 형태의 K2가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낫토 특유의 냄새와 끈적임 때문에 즐기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낫토를 매일 먹기보다는 K2가 포함된 영양제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낫토나 발효식품을 자주 먹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K2 영양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K2 영양제를 선택할지는 평소 식사와 건강 상태, 다른 영양제와의 중복, 복용 중인 약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K2 이야기에 또 하나 등장하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스테오칼신만 발견하고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비타민 K가 필요한 다른 단백질들도 계속 발견됐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MGP(Matrix Gla Protein)**입니다.

MGP는 뼈와 연골뿐 아니라 혈관에도 존재하는 비타민 K 의존성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석회화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비타민 K와 혈관 건강의 관계도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영양제 광고에서는 가끔 **“K2가 칼슘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고 뼈로 보낸다”**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조심해야 합니다.

MGP가 혈관 석회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K2 영양제를 먹으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NIH도 비타민 K 보충제가 실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과학에서는 **“관련이 있다”**와 “먹으면 예방된다” 사이에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K2 연구 역시 지금도 그 사이의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비타민 K2는 비타민 K의 한 형태이며, 비타민 K는 혈액이 정상적으로 굳는 데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1970년대 이후 오스테오칼신 같은 비타민 K 의존성 단백질이 뼈에서도 발견되면서 비타민 K와 뼈 대사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 D는 음식 속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고, 비타민 K는 뼈와 관련된 일부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합니다. 그래서 D3와 K2를 함께 담은 제품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두 영양소를 반드시 함께 보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 K2가 뼈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또한 비타민 K는 혈액 응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와파린 같은 비타민 K 길항제 계열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분은 K2 영양제를 임의로 시작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소설 같은 비타민 K 이야기를 마치며

병아리의 출혈에서 시작해 1/3편, 소설 같은 이야기에서는 헨리크 담이 새로운 비타민의 존재를 찾아냈습니다.

지난편에서는 에드워드 도이지와 여러 연구자가 비타민 K의 화학적 정체를 밝혀내고 K1과 K2라는 서로 다른 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이번 3/3편, 소설 같은 이야기에서는 피를 굳게 하는 비타민으로만 알려졌던 비타민 K가 수십 년 뒤 오스테오칼신이라는 뼈 단백질과 만나면서 뼈 건강 연구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과정까지 살펴봤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병아리 한 마리의 출혈이었습니다.

그 작은 이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한 과학자의 질문이 새로운 비타민을 발견하게 했고, 다른 과학자들이 그 정체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뒤 또 다른 연구자들이 뼈에서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하면서 비타민 K의 이야기는 다시 넓어졌습니다.

한 번의 발견으로 모든 답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 피가 멎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비타민 K를 찾아냈고, **“비타민 K는 피에서만 일할까?”**라는 또 다른 질문이 뼈까지 연구의 무대를 넓혔습니다.

그렇게 비타민 K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보편과 소설 같은 이야기편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무심코 보는 K1, K2라는 두 글자 뒤에도 거의 한 세기에 걸친 과학자들의 질문과 발견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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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타민 K와 K2의 발견 및 연구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장면과 표현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현재의 질병 진단이나 치료, 영양제 복용을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비타민 K2가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도 아니며, 모든 사람이 비타민 D와 K2를 함께 보충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특히 와파린 같은 비타민 K 길항제 계열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K2 영양제를 임의로 시작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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