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햇빛 비타민의 비밀과햇빛/소설 같은 이야기(2/3편)

오른쪽에박사 턱을괴고 서있고 현미경이 놓여있는 책상. 아이들이 들판에서 뛰어노는베경

지난편에서 햇빛을 잃은 도시의 아이들과 구루병에서는 비린 대구 간유 한 숟갈이 구루병에 걸린 아이들을 도왔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대구 간유를 한 방울도 먹지 않았는데도 몸이 좋아지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에게는 햇빛을 충분히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도시에서 구루병이 흔하고, 햇빛을 받기 쉬운 지역에서는 덜 나타난다는 관찰도 있었습니다. 생선의 간에서 짜낸 기름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도대체 어떻게 같은 병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요?

※ 이 글은 당시 연구와 과학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장면을 연결하는 표현은 실제 대화나 일기의 인용이 아니며, 확인된 실험 내용은 관련 자료와 함께 설명했습니다.

겨울날, 의사는 작은 태양을 켰습니다

1918~1919년 겨울, 독일의 의사 **쿠르트 훌트쉰스키(Kurt Huldschinsky)**는 구루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인공 자외선을 쬐는 실험을 했습니다. 햇빛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계절에 수은 석영램프가 치료의 도구가 된 것입니다.

램프 앞에서 빛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영양제 복용과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 치료 사진에는 눈을 가리는 보호안경을 쓴 아이들도 남아 있습니다.

그가 관찰한 변화는 아이들의 겉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X선 사진에서 뼈에 무기질이 쌓이는 모습이 개선됐습니다. 이 치료 결과는 1919년 발표됐으며, 당시 연구와 사진은 비타민 D 발견 100주년을 다룬 의학 논문의 역사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관찰이 있었습니다. 일부 아이의 한쪽 팔에만 빛을 쬐었는데, 직접 빛을 받지 않은 다른 팔의 뼈도 좋아졌습니다.

빛이 닿은 자리에서만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피부에서 생긴 어떤 변화가 몸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훌트쉰스키의 실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였습니다. 다만 이때 이미 피부 속 비타민 D 생성 과정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다의 기름과 하늘의 빛이 같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구루병의 원인을 찾는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식량 사정이 나빠지면서 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해리엇 칙(Harriette Chick)과 동료 연구진은 1919~1922년 빈에서 식사와 생활환경, 햇빛 노출을 살펴봤습니다. 대구 간유를 공급하는 방법과 야외에서 햇빛을 받게 하는 방법 모두에서 구루병의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이 연구의 당시 보고서는 1922년 《The Lancet》에 발표된 구루병 예방·치료 관찰 논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칙이 직접 돌아본 「빈의 구루병 연구, 1919~1922」도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자료는 1976년에 발표된 회고 기록입니다. 

이 연구를 오늘날의 단순한 두 그룹 비교시험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사와 실내외 환경 등을 함께 살핀 여러 관찰이었지만, 대구 간유와 햇빛이 같은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바다에서 온 기름과 하늘에서 온 빛. 서로 다른 두 길이 어딘가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대구 간유 속 성분은 비타민 A와 달랐습니다

1922년 엘머 맥컬럼(Elmer McCollum)과 동료들은 대구 간유에 비타민 A와 구분되는 항구루병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비타민 A의 작용을 없앤 대구 간유에도 구루병을 막는 작용이 남아 있었습니다. 같은 기름 속에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실험은 1922년 「칼슘 침착을 촉진하는 비타민의 존재를 실험으로 입증한 연구」에 기록돼 있습니다. 이 새로운 성분은 비타민 D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명명 과정은 자외선과 비타민 D의 역사를 정리한 의학 논문에서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붙였다고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구 간유에 비타민 D가 있다면, 햇빛은 어떻게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일까요?

창문 너머의 햇빛에는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피부에서 비타민 D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한 밝기나 따뜻함이 아니라 자외선 B, 즉 UVB입니다.

이것은 여러 연구를 거쳐 밝혀진 오늘날의 설명입니다. 창가에 앉으면 얼굴에 빛이 비치고 따뜻함도 느껴져 “이 정도면 비타민 D도 만들어지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유리창은 비타민 D 생성에 필요한 UVB를 차단합니다. 따라서 창문 안쪽에서 햇볕을 받는 것만으로는 피부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NIH의 비타민 D 전문자료에서도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으로는 피부의 비타민 D 생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옛 도시의 풍경도 다시 보입니다. 매연과 빽빽한 건물, 실내에서 보내는 생활은 피부가 햇빛을 받을 기회를 줄였을 것입니다. 다만 당시 구루병을 햇빛 부족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식사와 영양 상태도 함께 영향을 주었습니다.

피부 속에는 햇빛을 기다리는 재료가 있었습니다

UVB는 피부 속 재료를 변화시켜 비타민 D3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작합니다.

우리 피부에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비타민 D3를 만드는 출발 재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UVB가 닿으면 이 물질은 먼저 프리비타민 D3, 즉 비타민 D3가 되기 전 단계로 바뀝니다. 이후 열에 의해 구조가 변하면서 비타민 D3가 만들어집니다.

햇빛 속에 비타민 D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부가 햇빛의 에너지를 이용해 안에 있던 재료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앞서 연결한 자외선과 비타민 D의 역사·생리학 논문에서도 설명합니다.

한쪽 팔에만 빛을 쬐었는데 다른 팔도 좋아졌던 관찰은, 훗날 이런 과정을 이해하는 데 이어지는 단서가 됐습니다. 피부에서 시작된 변화가 피부에만 머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음식에도 자외선을 쬐면 어떻게 될까요?

일부 식품 속 재료도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피부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동물의 피부에서 변화가 생긴다면 먹이 속 물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1920년대 연구자들은 자외선을 쬔 먹이에 구루병을 막는 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원문 가운데 하나가 스틴복이 1924년 발표한 빛에 노출된 사료의 성장·뼈 무기질화 작용 연구입니다. 

효모처럼 에르고스테롤이라는 재료가 있는 경우에는 자외선을 이용해 비타민 D2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D3와 형태는 다르지만, 비타민 D를 얻는 또 다른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연구들은 이후 식품에 비타민 D를 공급하는 기술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강화식품은 모두 햇빛이나 자외선을 쬐어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 과정에서 비타민 D를 첨가하는 방법도 사용됩니다.

그래서 비타민 D를 ‘햇빛 비타민’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피부가 햇빛 속 UVB를 이용해 비타민 D3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 연구자들은 그 과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구 간유를 먹이고, 야외에서 햇빛을 받게 하고, 인공 자외선으로 치료하면서 관찰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관계없어 보였던 바다의 기름과 하늘의 빛이, 결국 비타민 D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됐습니다. 먼저 회복을 관찰했고, 그 뒤에 왜 그런 변화가 생기는지 설명을 찾아간 것입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이제 현실로 돌아올게요

밝은 곳에 오래 있는 것과 피부에서 비타민 D가 충분히 만들어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창문 안쪽의 햇빛은 비타민 D를 만드는 방법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야외에서도 만들어지는 양은 계절, 시간대, 위도, 대기 상태, 피부색, 나이, 옷차림과 노출 면적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하루 몇 분이면 충분하다”는 시간을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NIH도 조건이 다양해 일반적인 햇빛 노출 지침을 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Health Professional Fact Sheet

햇빛은 많이 쬘수록 좋을까요?

아닙니다. 비타민 D를 만들려고 피부가 탈 정도로 햇빛을 쬐거나 인공 자외선램프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에 자외선 치료가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오늘의 자가치료 방법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자외선은 피부 손상과 피부암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NIH의 일반인용 비타민 D 안내도 햇빛 노출의 위험을 설명합니다. 햇볕을 받기 어려운 생활환경이라면 음식과 강화식품, 필요한 경우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영양제의 필요 여부와 양은 나이, 식사와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건강한 사람이 비타민 D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이야기에서 기억할 것이 하나 있어요

옛 의사들이 보았던 것은 회복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내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할 것은 밝은 창가와 피부에 직접 닿는 햇볕은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비타민 D 생성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 피부에 도달하는 UVB입니다. 그렇다고 자외선에 오래 노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피부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는 비밀을 알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비타민 D는 몸속에서 어떻게 변해야 일을 시작할까?”
“칼슘과 비타민 D는 어떤 관계일까?”
“여기서 비타민 K2는 왜 함께 이야기될까?”

다음 마지막편에서는 비타민 D와 칼슘을 들이는 문지기와 K2의 만남에서는 피부에서 출발한 비타민 D가 간과 신장을 거쳐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칼슘 흡수를 어떻게 돕는지, 그리고 비타민 K와 K2가 뼈 건강 이야기에서 왜 함께 등장하는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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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타민 D와 햇빛 연구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일부 당시 상황과 인물의 생각을 묘사한 문장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했습니다. 현재의 비타민 D 부족 여부나 질병을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비타민 D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하거나 고용량 영양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마세요. 개인의 비타민 D 상태나 복용량이 궁금하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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