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K 병아리의 발견/소설 같은 이야기 (1/3편)
비타민 K의 역할은 지난 정보 편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세 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첫 번째입니다.
영양제 라벨에서 익숙하게 보는 ‘비타민 K’. 그런데 왜 이름이 K일까요? 그 시작에는 콜레스테롤을 연구하던 과학자와 예상하지 못한 병아리의 출혈이 있었습니다. 작은 이상을 그냥 넘기지 않았던 한 연구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 이 글은 당시 논문과 헨리크 담의 노벨상 강연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실험실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연결은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했으며, 실제 발언이 확인되지 않은 대사는 넣지 않았습니다.
1929년 무렵, 덴마크의 한 실험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생화학 연구소에서 헨리크 담(Henrik Dam)은 병아리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의 관심은 아직 새로운 비타민이 아니었습니다. 병아리가 몸속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음식으로 공급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알아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실험의 시작과 범위를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1928~1930년에 진행한 연구였습니다. 담은 훗날 1946년 노벨상 강연에서 이 연구가 비타민 K 발견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병아리에게 먹인 것은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스테롤 성분을 거의 제거한 실험용 사료였습니다. 지방을 모두 없앤 식단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알려진 비타민 A와 D도 공급하면서, 콜레스테롤의 영향을 따로 살펴보려 했습니다.
먹이에서 한 성분을 빼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필요한 성분까지 빠질 수 있다는 어려움이 숨어 있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나타났습니다
병아리들에게 출혈이 생겼습니다. 콜레스테롤을 연구하던 실험에서 피가 정상적으로 굳지 않는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실험을 지켜보는 연구자에게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변화였을 겁니다. 먹이에서 빠진 것은 콜레스테롤인데, 왜 피가 굳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까요?
콜레스테롤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병아리들이 콜레스테롤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출혈을 막는 데 필요한 다른 성분이 먹이에서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노벨상 공식 역사 해설도 당시 관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래의 질문 옆에 새로운 질문이 놓였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아니라면, 병아리의 먹이에는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요?
담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비타민 K를 찾아낸 것은 아닙니다. 출혈을 관찰한 뒤, 원인을 확인하기까지 여러 해의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괴혈병처럼 보였지만 비타민 C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피가 나고 몸이 약해지는 모습은 이미 알려진 결핍 질환인 괴혈병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괴혈병은 비타민 C가 심하게 부족할 때 생기는 병입니다.
실제로 담과 동료 프리츠 쇤하이더(Fritz Schönheyder)는 1934년 이 현상을 「괴혈병과 비슷한 병아리의 결핍 질환」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제목에는 당시 연구자들이 어떤 문제를 풀고 있었는지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모습이 비슷하다고 원인까지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담은 비타민 C를 투여해도 이 출혈을 막을 수 없었다고 훗날 강연에서 설명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비타민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연구는 음식 속의 다른 성분으로 향했습니다. 어떤 먹이는 출혈을 막아주고, 어떤 먹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이를 따라가다 보면 아직 이름 없는 성분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녹색 잎과 돼지 간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식물과 동물 조직을 먹이에 넣어 출혈을 막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녹색 잎과 돼지 간이 유용한 공급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담이 1935년 4월 27일 발표한 《Nature》 논문에는 돼지 간, 케일을 비롯한 일부 식물에서 출혈을 막는 성분을 찾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성분은 지방에 녹는 새로운 비타민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이제 연구의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병아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한 콜레스테롤 보충이 아니었습니다. 피가 정상적으로 굳는 과정에 필요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영양소였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병아리의 출혈을 막는 비타민」이라는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당시 연구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록입니다.
왜 이름이 비타민 K가 되었을까요?
1935년 담은 이 새로운 지용성 비타민에 K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담의 노벨상 강연에 따르면, K는 당시 다른 비타민 이름에 아직 쓰이지 않은 첫 알파벳이었습니다. 동시에 스칸디나비아 언어와 독일어에서 혈액의 ‘응고’를 뜻하는 koagulation의 첫 글자이기도 했습니다. Nobel Lecture
그러니 “발견 순서대로라면 F나 G여야 했는데 K로 건너뛰었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비타민 이름의 역사는 그처럼 단순한 순서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K라는 글자가 이 영양소의 역할과 잘 맞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병아리의 피가 제대로 굳지 않는 문제에서 출발했으니, 응고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어울렸습니다.
물질의 정확한 구조가 밝혀지기 전, 먼저 이름을 얻은 셈입니다. 이제 연구자들은 ‘무언가가 있다’는 관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 밝혀야 했습니다.
이름을 얻은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됐습니다
비타민 K의 발견은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출혈을 관찰하고, 원래 의심했던 콜레스테롤과 구분하고, 알려진 비타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새로운 영양소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후 연구는 미국의 에드워드 도이지(Edward Doisy)와 연구진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물질의 구조를 밝히는 작업은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노벨상 공식 수상 기록은 담에게 비타민 K 발견의 공로를, 도이지에게 비타민 K의 화학적 성질을 밝힌 공로를 인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194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해당 상의 수상 결정은 다음 해인 1944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오늘의 비타민 K로 돌아옵니다
병아리의 출혈에서 찾아낸 영양소는 오늘날에도 혈액이 정상적으로 굳는 데 필요한 비타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뼈와 관련된 일부 단백질이 작용하는 과정에도 참여합니다.
그러나 이 발견 이야기가 K2 영양제를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한다는 근거는 아닙니다. 비타민 D와 함께 든 제품을 선택할 때도 영양소의 역할과 영양제를 추가했을 때의 효과를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와파린처럼 비타민 K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항응고제를 복용한다면, 영양제와 식사로 섭취하는 비타민 K의 양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NIH의 비타민 K 안내에서도 이 주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이름을 얻었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타민 K는 정확히 어떤 모양의 물질이었을까요?”
“식물과 다른 재료에서 얻은 비타민 K는 같았을까요?”
“도이지의 연구는 어떻게 노벨상으로 이어졌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비타민 K의 구조를 밝힌 도이지와 연구진의 이야기, 그리고 발견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조 여사가 비타민D3와 K2를 함께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타민K 1과K2,정체를 밝힌 화학자/소설 같은 이야기 (2/3편)
비타민K 혈액과 뼈 사이에서/소설 같은 이야기 (3/3편)
※ 이 글은 비타민 K의 발견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장면과 표현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현재의 질병 진단이나 치료, 영양제 복용을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특히 와파린 같은 비타민 K 길항제 계열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비타민 K 영양제를 임의로 시작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