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우리 피와 나뭇잎이 닮은 까닭(2/3)


햇빛이 통과해 잎맥이 환히 비치는 초록 잎 한 장

마그네슘, 잎이 초록인 이유

지난 편에서 별 이야기를 했지요. 질량이 큰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마그네슘이 우주로 퍼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구를 이루는 물질에도 들어갔다고요.

그 마그네슘이 어떻게 생명 안으로 들어왔을까요.

창밖에 나무가 보이시면 잎을 한번 봐주세요.

초록이지요. 매일 보는 색이라 별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저 색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잎 속의 엽록소는 햇빛 가운데 붉은빛과 푸른빛을 주로 흡수합니다. 초록빛은 상대적으로 덜 흡수해 반사하거나 통과시키고요. 그래서 우리 눈에는 잎이 초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엽록소를 아주 가까이 들여다보면 색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나옵니다. 고리처럼 생긴 부분의 한가운데에 마그네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별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지금은 나뭇잎 속에 있는 겁니다.

우리 몸에도 닮은 구조가 있습니다.

피가 붉게 보이는 데에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관련돼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온몸으로 나릅니다.

그 안에는 ‘헴’이라는 작은 부분이 있습니다. 헴도 고리처럼 생겼는데, 한가운데에는 철이 자리합니다. 이 철이 산소를 붙잡는 데 쓰입니다.

나뭇잎의 엽록소에는 마그네슘이, 우리 피 속 헤모글로빈의 헴에는 철이 있는 겁니다.

두 물질은 같지 않지만, 중심에 원소를 품은 구조가 닮았습니다. 

나뭇잎의 엽록소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엽록소에는 고리처럼 생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원소 하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입니다.

지난 편에서 별 안에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한 바로 그 원소예요. 오랜 시간을 지나 지구에 자리 잡은 마그네슘이 이제는 나뭇잎 속에서 햇빛을 이용하는 과정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그네슘이 초록색을 만든다”고만 하면 조금 지나친 설명이 됩니다. 빛을 어떤 색으로 흡수하는지는 엽록소 분자 전체의 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그 분자의 중심에 있는 구성 요소입니다. 잎이 빛을 받아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에도 필요한 원소이고요. OpenStax의 엽록소와 빛 설명에서 그 구조를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잎이 초록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습니다. 하지만 잎이 어떤 빛을 주로 이용하는지, 엽록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려면 나뭇잎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누군가는 빛을 나누어 보았고, 누군가는 초록색 물질을 꺼내 살폈습니다.

과학자는 빛을 나눠서 나뭇잎에 비췄습니다

1882년, 과학자 테오도르 엥겔만은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흰빛을 여러 색으로 나누어 실처럼 가는 조류에 비췄습니다. 그리고 산소가 있는 쪽으로 모이는 세균이 어디에 많이 몰리는지 보았습니다.

세균은 아무 곳에나 똑같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닿은 부근에 더 많이 모였습니다. 그곳에서 조류가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더 많이 내놓았다는 단서였습니다.

눈에는 한 가지 초록색으로 보이던 식물이, 모든 색의 빛을 똑같이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엥겔만의 실험은 붉은빛과 푸른빛이 광합성에 효과적으로 쓰인다는 것을 보여준 초기 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합성 연구의 역사를 정리한 논문에서 이 실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엥겔만의 실험만으로 엽록소 안에 마그네슘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려는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빌슈테터는 엽록소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독일의 화학자 리하르트 빌슈테터는 식물의 색소를 연구했습니다. 잎에서 엽록소를 분리해 성질과 구조를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그 연구를 통해 엽록소에는 마그네슘이 들어 있고, 우리 혈액 속 물질과 화학 구조가 닮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빌슈테터는 엽록소를 비롯한 식물 색소 연구로 1915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받은 상은 단순히 “잎이 왜 초록인지 알아낸 상”은 아닙니다. 엽록소와 다른 식물 색소의 성질을 밝힌 연구에 주어진 상입니다. 노벨상 공식 자료에서 수상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엽록소를 연구하다가 어떻게 우리 피와 닮은 점을 찾았을까요?

엽록소와 우리 피는 무엇이 닮았을까요?

우리 피가 붉게 보이는 데에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폐에서 받은 산소를 몸 곳곳으로 옮깁니다.

헤모글로빈 안에는 헴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 헴의 고리 구조가 엽록소의 고리 구조와 닮았습니다.

가운데 자리한 원소는 다릅니다.

엽록소에는 마그네슘이 있고, 헤모글로빈 속 헴에는 철이 있습니다.

고리의 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두 물질이 똑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엽록소는 식물이 빛을 이용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헤모글로빈 속 헴의 철은 산소를 붙잡아 운반하는 데 쓰입니다. OpenStax의 헤모글로빈과 산소 운반 설명에서도 헴과 철의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창밖의 잎과 우리 몸속 적혈구라니, 서로 멀어 보이지요. 그런데 작은 분자의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둘 사이에 닮은 자리가 보입니다.

잎은 마그네슘을 품은 엽록소로 빛을 이용하고, 우리 피는 철을 품은 헴이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으로 산소를 옮깁니다.

초록 잎을 먹으면 마그네슘도 먹는 걸까요?

시금치나 근대처럼 초록 잎을 먹을 때 우리는 마그네슘도 함께 섭취합니다. 잎채소가 마그네슘을 얻을 수 있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마그네슘 자료에도 시금치 같은 녹색 잎채소가 식품 공급원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잎이 더 진한 초록색이라고 마그네슘이 반드시 더 많다는 뜻은 아닙니다. 채소의 종류와 재배 환경, 먹는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잎채소에 든 마그네슘이 모두 엽록소에만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이 이야기를 알고 나서 시금치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접시에 놓인 잎을 볼 때면, 별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저 안에도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햇빛을 받으며 자란 잎을 우리가 음식으로 먹고 있다는 것도요.

창밖의 나무가 조금 달라 보이지 않으세요?

다음 편 예고

마지막 편에서는 마그네슘이 쓰인 또 다른 두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한쪽에서는 비행기를 만드는 금속이 되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산모의 생명을 지키는 치료에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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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잎은 왜 초록색일까?》 무료 미리보기 — 폴 마티스가 잎의 색과 광합성을 설명한 책입니다. 교보문고 페이지에서 미리보기 표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 전체를 무료로 읽는 링크는 아닙니다.

《Biology 2e》의 엽록소와 광합성 장 무료로 읽기 — 빛의 색에 따른 흡수와 엽록소의 구조를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는 영어 교과서입니다. 해당 장을 웹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식물 색소와 혈액 속 물질의 구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과학 이야기입니다. 잎채소를 먹으면 빈혈을 치료할 수 있다거나 엽록소가 사람의 피로 바뀐다는 뜻은 아닙니다. 빈혈이 의심되거나 영양제 복용을 고민하고 있다면 검사 결과와 식사 상태를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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