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와 괴혈병, 수많은 뱃사람을 죽음으로|소설 같은 이야기(1/5편)
유튜브에서 비타민C에 대한 영상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던 영양제 였는데 정보의 홍수속에 살다보니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궁금증도 많아집니다. 대항해시대 수많은 선원이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야기를 저도 알고 모든분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매일 오렌지와 과일, 야채가 밥상에서 빠지지 않지만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그 흔한 과일 한 조각이 없어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비타민 C라는 이름조차 없었던 시대로 돌아가 보겟습니다.
때는 대항해시대였습니다
15세기 이후 유럽의 배들은 새로운 항로와 땅을 찾아 몇 달씩 바다를 건넜습니다. 돛을 올리고 항구를 떠날 때 선원들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릅니다. 미지의 땅과 진귀한 향신료, 부와 명예가 저 바다 너머에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문제는 먹을거리였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오랜 항해를 위해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을 실어야 했습니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쇠고기, 말린 콩이나 완두콩, 그리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구운 하드택(hardtack) 같은 비스킷이 대표적인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단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몰랐지만 이런 음식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 C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거의 먹지 못하는 긴 항해가 계속되면서 선원들의 몸에는 조금씩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배 안에 퍼지기 시작한 그림자
항해가 길어지자 선원들은 하나둘 기운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피곤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늘 씩씩하던 선원이 갑판에 주저앉기도 하고 몸이 아프고 관절이 쑤신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긴 항해에 지친 탓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살짝 부딪혔는데도 멍이 쉽게 들고, 잇몸이 붓고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이 심해지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비정상적으로 꼬이는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더 놀라운 기록도 있습니다. 이미 아물었던 오래된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경우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비타민 C는 우리 몸이 **콜라겐(collagen)**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콜라겐은 피부와 혈관, 잇몸을 비롯한 여러 조직을 튼튼하게 유지하고 상처가 회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C가 심하게 부족하면 콜라겐 생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합조직과 작은 혈관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멍, 잇몸 출혈, 관절 통증, 상처 회복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괴혈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비타민 C 결핍 증상과 역할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타민 C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끝내, 사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습니다.
숫자로 남은 비극
이 병을 오늘날 우리는 **괴혈병(scurvy)**이라고 부릅니다. 그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당시 항해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497년 포르투갈을 떠나 인도로 향했던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의 첫 항해에서도 많은 선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약 170명이 출발해 54명 정도만 살아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괴혈병은 많은 선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18세기 조지 앤슨(George Anson)의 세계 일주 원정은 더 끔찍했습니다. 1740년 출발한 앤슨의 원정대는 수많은 사람을 잃었습니다. 역사 자료에서는 약 1,854명이 출발해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 약 188명에 불과했다고 전합니다. 괴혈병은 이 원정에서 많은 선원을 죽게 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괴혈병이 선원들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었는지는 미국 해군연구소의 괴혈병 역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괴혈병은 대항해시대 뱃사람들에게 전투나 난파 못지않게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살아남았지만 많은 치아를 잃은 소년
앤슨의 항해에는 훗날 영국 해군 제독이 된 **오거스터스 케펠(Augustus Keppel)**도 타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아직 어린 해군 장교 후보생이었습니다.
케펠은 그 끔찍한 항해에서 살아남았지만 괴혈병을 앓으면서 많은 치아를 잃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국 왕립 그리니치 박물관의 오거스터스 케펠 자료에서도 그가 앤슨과 함께 항해하던 중 괴혈병으로 많은 치아를 잃었다고 설명합니다.
괴혈병은 그만큼 당시 뱃사람들에게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아무도 진짜 원인을 몰랐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데도 사람들이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럽 의학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이어져 온 네 가지 체액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는 체액설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괴혈병의 원인을 두고도 여러 설명이 나왔습니다. 습기와 추위, 좋지 않은 공기, 음식, 피로 등 여러 요인이 원인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법 역시 제각각이었고,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방법들도 시도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비타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눈앞에 답이 있어도 그것을 설명할 과학이 아직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모든 배와 모든 상황에서 괴혈병이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구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구해 먹으면 상태가 좋아지는 선원들이 있었습니다. 병에 걸린 선원이 육지에 내려 신선한 음식을 먹은 뒤 회복되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사실 아주 일찍부터 이 사실을 눈치챈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바스쿠 다 가마의 항해에서도 괴혈병으로 고생하던 선원들이 오렌지를 먹고 상태가 좋아졌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1593년 영국의 항해가 리처드 호킨스(Richard Hawkins)**도 항해 중 괴혈병이 나타났을 때 오렌지와 레몬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는 아직 비타민 C라는 물질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람들이 과일을 먹고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1734년, 정답에 아주 가까이 간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로부터 100년 이상이 지난 1734년, 의사 **요한 프리드리히 바흐스트롬(Johann Friedrich Bachstrom)**은 당시로서는 매우 중요한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괴혈병의 원인이 신선한 과일과 채소 같은 식물성 식품을 먹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 것입니다.
비타민이라는 존재가 밝혀지기 훨씬 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놀라울 만큼 정답 가까이에 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였습니다. 왜 과일과 채소가 괴혈병을 막아 주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 의학 지식으로는 과일과 채소 속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어떤 작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도움이 된다는 관찰이 있었는데도, 그것이 괴혈병의 진짜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괴혈병 원인을 둘러싼 당시의 연구 과정은 PubMed에 실린 의학사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금씩 답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답의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이름은 훗날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이름이 됩니다.
비타민 C.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대항해시대 긴 항해를 하던 선원들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기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 C가 심하게 부족해지면서 괴혈병이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괴혈병이 심해지면 피로와 잇몸 출혈, 멍, 관절 통증,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증상과 상처 회복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괴혈병의 정확한 원인을 몰랐지만, 오렌지와 레몬 같은 신선한 과일을 먹으면 상태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흐스트롬 같은 사람은 신선한 식물성 음식의 부족이 원인이라는 생각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그 과일과 채소 속에 들어 있던 진짜 주인공의 정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작은 물질은 언제, 누구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을까요?
다음 편 예고
수많은 뱃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괴혈병. 오렌지와 레몬이 도움이 된다는 단서는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직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괴혈병을 막아 준 진짜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 정체를 찾아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마침내 비타민 C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을 이야기처럼 따라가 보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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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괴혈병과 비타민 C 발견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건강·의학 정보입니다. 심한 피로, 잇몸 출혈, 쉽게 생기는 멍이나 상처 회복 문제 등이 있다고 해서 스스로 비타민 C 결핍이나 괴혈병이라고 판단하지 마세요.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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