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천재의 확신, 비타민 C 메가도스 논쟁의 시작/소설같은 이야기(3/5편)

 비타민C영양제병과 책과 노트북이 놓인 책상.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배경.

노벨상을 두 번 받은 과학자가 있었어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식이나. 우리는 그런사람들을 우러러 보고 그분들의 노고로 얻은 지식들을 가지고 모든곳에 활용합니다. 

세상은 그를 천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논쟁은 노벨상이 아니라 비타민 C에서 시작됐습니다. 그가 말년에 내놓은 한 권의 책이, 의학계에 큰 논쟁을 불러온 이야기와 사람들은 열광했고, 많은 과학자는 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지금도 그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볼게요.

두 번의 노벨상, 그리고 한 통의 편지

라이너스 폴링. 그는 1954년 노벨화학상을, 196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두 상 모두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고 혼자 받았지요.

노벨상 공식 기록에 따르면 폴링은 지금까지 두 번의 노벨상을 모두 단독으로 받은 유일한 사람입니다.

노벨상 공식 자료에서 라이너스 폴링 기록 보기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었지요.

그런 그의 관심을 비타민 C로 돌려놓은 계기는 1966년에 받은 한 통의 편지였습니다. 어윈 스톤(Irwin Stone)이 폴링에게 편지를 보내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한 것입니다.

오리건주립대학교의 라이너스 폴링 연구소도 1966년 어윈 스톤의 편지를 계기로 폴링이 비타민과 미량영양소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Linus Pauling Institute에서 폴링의 생애 기록 보기

그 편지가 노년의 폴링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요. 그는 곧 비타민 C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책 한 권

1970년, 폴링은 『Vitamin C and the Common Cold(비타민 C와 감기)』라는 책을 펴냈어요. 학술지가 아니라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었지요.

그 안에서 그는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비타민 C를 하루 수천 mg씩 먹는 이른바 **메가도스(고용량 복용)**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폴링은 1970년대 초 하루 약 2,000mg을 적정 섭취량으로 제안했고, 이후에는 더 많은 양을 주장했습니다. 자신도 말년에 하루 18,000mg에 이르는 매우 많은 양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inus Pauling Institute에서 폴링의 비타민 C 권장량 기록 보기

한 가지만 꼭 짚고 갈게요.

오늘날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안내하는 성인의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은 남성 90mg, 여성 75mg입니다. 흡연자는 하루 35mg을 더 섭취하도록 권고하며, 성인의 상한섭취량은 하루 2,000mg입니다.

따라서 본문에 나오는 수천 mg이나 18,000mg은 폴링의 주장과 개인적인 복용 사례이지, 현재 일반 성인에게 권장되는 섭취량이 아닙니다. 많은 양을 복용하면 설사, 메스꺼움, 복부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타민 C 권장량과 상한섭취량 보기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석학의 말이니까요. 비타민 C와 고용량 복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과학자의 확신과 과학적인 증거는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계가 등을 돌리다

과학자들의 반응은 달랐어요. 천재라는 이름이 그의 주장까지 증명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문제는 근거였습니다. 폴링은 기존 연구와 자신의 이론을 토대로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권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고용량을 권할 만큼 충분한 임상시험 근거가 갖춰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그의 이름을 딴 라이너스 폴링 연구소도 폴링이 생전에 제안했던 수천 mg의 섭취량을 그대로 권하지 않습니다.

Linus Pauling Institute의 현재 비타민 C 설명 보기

하지만 폴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암이었습니다.

메이오 클리닉, 그리고 두 차례의 무작위 임상시험

폴링은 스코틀랜드 의사 이완 캐머런(Ewan Cameron)과 함께 고용량 비타민 C가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머런과 폴링이 발표한 초기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타민 C의 효과라고 확실하게 결론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세계적인 의료기관 메이오 클리닉 연구진이 이 주장을 다시 검증했습니다.

1979년과 1985년, 두 차례의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환자들에게 하루 10g의 비타민 C를 먹게 한 뒤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폴링의 기대와 달랐어요. 비타민 C를 먹은 환자들에게서 생존 기간 등의 뚜렷한 이점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979년 메이오 클리닉 임상시험|PubMed

1985년 메이오 클리닉 임상시험|PubMed

폴링과 캐머런은 이에 반박했습니다. 자신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메이오 클리닉의 시험 방법이 같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캐머런의 초기 환자들은 처음에 정맥으로 비타민 C를 투여받고 이후에는 먹는 비타민 C를 복용했습니다. 반면 메이오 클리닉의 두 임상시험에서는 먹는 비타민 C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 먹는 비타민 C와 정맥으로 직접 투여하는 비타민 C는 혈액 속에서 도달할 수 있는 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정맥으로 투여하면 같은 양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높은 혈중 비타민 C 농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가 암 치료제로 입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미국 FDA는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를 암 치료제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고용량 비타민 C 암 연구 자료 보기

천재는 무엇을 남겼을까

그렇다면 폴링은 그저 틀린 사람이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조금 차분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폴링이 주장했던 것처럼 일반인이 고용량 비타민 C를 먹으면 감기를 막을 수 있다는 강한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루 수 그램의 메가도스가 일반인의 건강에 더 좋다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어요.

이후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코크란(Cochrane)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일반인이 비타민 C를 매일 꾸준히 섭취해도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뚜렷하게 줄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꾸준히 복용한 사람들에게서는 감기를 앓는 기간이 조금 짧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성인은 평균 약 8%, 어린이는 약 14% 짧아졌습니다.

다만 감기가 시작된 뒤 비타민 C를 복용하는 방법에서는 일관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Cochrane에서 비타민 C와 감기 연구 결과 보기

그러니 폴링이 말했던 것처럼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감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비타민 C와 감기의 관계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 가운데 일부는 이후 수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 폴링은 1954년 노벨화학상과 1962년 노벨평화상을 단독으로 받은 과학자였습니다.
· 1966년 어윈 스톤의 편지를 계기로 비타민 C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1970년 『Vitamin C and the Common Cold』를 펴내면서 비타민 C 고용량 복용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 하지만 일반인이 고용량 비타민 C를 먹으면 감기를 예방한다는 충분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메이오 클리닉의 두 암 임상시험에서는 먹는 비타민 C 하루 10g의 뚜렷한 이점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이후 정맥주사는 먹는 비타민 C보다 훨씬 높은 혈중 농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도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천재의 확신은 때로 세상을 바꾸지만, 때로는 새로운 논쟁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폴링이 주장했던 고용량 비타민 C는 이후 먹는 방법과 정맥으로 직접 투여하는 방법이 몸에서 크게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정맥으로 투여하는 고용량 비타민 C가 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다시 시작됐지요.

그렇다면 먹는 비타민 C와 혈관으로 직접 넣는 비타민 C는 무엇이 그렇게 다른 걸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오늘은 천재 과학자 폴링과 비타민 C 논쟁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았는데요.

비타민 C를 먹는 것과 혈관으로 직접 넣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는 정말 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오늘날 다시 연구되고 있는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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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타민 C와 라이너스 폴링의 연구 역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건강·과학 정보입니다. 폴링이 생전에 복용하거나 권장했던 고용량을 현재의 복용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미국 성인의 비타민 C 상한섭취량은 하루 2,000mg입니다. 신장질환이나 신장결석 병력이 있거나 암 치료를 받고 있다면 고용량 비타민 C 또는 정맥주사를 임의로 시작하거나 기존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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