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3 피 속에서 찾아낸 이름/소설 같은 이야기 (3/3편)



실험시리에 많은 실험도구. 창문으로 보이는 덴마크집들.

올보르(Aalborg)로 돌아온 세 사람 앞에, 북극에서 가져온 유리병들이 놓였어요.

이제 진짜 일이 시작됐습니다. 이누이트들의 피와, 비교를 위해 모아둔 덴마크 사람들의 피. 두 종류의 혈액 속 지방 성분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작업이었어요.

뒤에르베르는 기대했습니다. 이누이트가 그렇게 기름진 걸 먹으니, 분명 피 속에 나쁜 지방이 잔뜩 들어 있을 거라고요. 그게 상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이누이트의 피에는 심장병과 연결되는 지방 수치가 오히려 낮았습니다.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의 피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어떤 지방산이, 이누이트의 피 속에는 유독 풍부하게 들어 있었어요.

바로 EPA와 DHA. 우리가 지금 "오메가3"라고 부르는 그 지방산이었습니다.

이누이트가 즐겨 먹던 바다표범과 물고기. 그 기름 속에 든 이 특별한 지방산이, 그들의 몸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거예요. 같은 지방이라도 다 같은 지방이 아니었던 겁니다. 교과서가 뭉뚱그려 "지방"이라 부르며 경계하던 것 안에, 오히려 심장을 지키는 종류가 숨어 있었어요.

* * *

그런데 왜 하필 "오메가3"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사람 이름도, 발견한 지역 이름도 아니에요. 그리스 알파벳에서 왔습니다.

오메가(ω)는 그리스 알파벳의 맨 마지막 글자예요. 첫 글자가 알파(α), 끝 글자가 오메가죠. "알파와 오메가"라는 말이 "처음과 끝"을 뜻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지방산은 탄소들이 사슬처럼 길게 이어진 구조인데, 화학자들은 그 사슬의 한쪽 끝을 알파, 반대쪽 꼬리 끝을 오메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오메가, 즉 꼬리 끝에서부터 세었을 때 세 번째 자리에 이중결합이 있는 지방 — 그게 바로 오메가3예요.

그러니까 오메가3라는 이름은 어떤 위대한 학자의 이름이 아니라, "지방 사슬의 꼬리에서 세 번째"라는 아주 담백한 구조의 표현인 셈이죠. 얼음의 땅에서 찾아낸 그 특별한 지방에는, 이렇게 소박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 * *

하지만 뒤에르베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었어요. 이 지방산은 대체 어떻게 심장을 지키는 걸까?

여러 해에 걸친 연구 끝에, 그는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열쇠는 "피가 굳는 성질"에 있었어요.

우리 몸은 다치면 피가 굳어 상처를 막습니다. 꼭 필요한 기능이에요. 그런데 이 굳는 성질이 혈관 안에서 지나치게 강해지면, 핏덩어리가 생겨 혈관을 틀어막고, 그게 바로 심장마비로 이어집니다.

EPA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했어요. 피가 너무 쉽게 굳지 않도록,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누이트의 피가 남쪽 사람들의 피보다 덜 끈적였던 이유예요. 기름진 걸 먹는데도 혈관이 막히지 않았던 비밀이, 마침내 풀린 순간이었습니다.

개썰매를 타고 얼음판을 누비던 그 고생이, 마침내 하나의 이름으로 정리된 거예요. 오메가3.

이 발견은 곧 세계로 퍼졌습니다. 오늘날 약국과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오메가3 영양제, "생선 기름이 심장에 좋다"는 이제는 상식이 된 그 한 문장. 그 뿌리를 따라 내려가면, 1970년 그린란드의 차가운 바람과 유리병 속 피에 가닿아요.

* * *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2014년, 캐나다의 한 연구진이 이 유명한 발견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방과 뒤에르베르는 이누이트의 피를 분석했을 뿐, 그들이 정말 심장병에 덜 걸리는지는 직접 조사한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낮은 사망률 통계는 진료 기록이 부실한 지역에서 나온 숫자였고, 실제로 그 뒤 이루어진 조사에서는 이누이트의 심장병이 특별히 적지 않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오메가3가 헛것이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발견 이후 반세기 동안 쌓인 연구들이 EPA와 DHA의 역할을 따로 확인해 왔으니까요. 다만 출발점이 된 그 이야기만큼은, 우리가 알던 것보다 조금 덜 완벽했던 셈입니다.

뒤에르베르는 지금도 그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논쟁 중이에요. 과학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한 번 밝혀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되묻고 다시 확인하면서 나아가죠.

* * *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그럼 생선 많이 먹으면 무조건 좋겠네?"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거기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첫째는 수은이에요. 황새치나 상어처럼 몸집이 크고 오래 사는 생선에는 수은이 많이 쌓여 있어요. 이런 생선을 너무 자주 먹으면, 오메가3의 이로움을 수은이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소금이에요. 바닷가에서 흔한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젓갈은 나트륨이 아주 높아요. 이건 오메가3와 상관없이 혈압을 끌어올려서 심장에 부담을 줍니다.

그러니까 이누이트가 우리에게 알려준 진짜 교훈은 "생선을 무작정 많이"가 아니에요. 신선하고 기름진 생선을, 짜지 않게, 적당히. 그게 얼음의 땅이 반세기에 걸쳐 우리에게 건넨 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뭐냐면요

오메가3라는 이름 뒤에는, 개썰매를 타고 북극을 누빈 세 사람과, 팔을 걷어 피를 내어준 이누이트들이 있어요. 우리가 오늘 아침 무심코 삼키는 그 작은 캡슐 한 알은, 사실 얼음과 바람과 수많은 발품이 오래 빚어낸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다시 쓰이는 중입니다.

다음에 오메가3를 드실 때, 잠깐 그 차가운 그린란드의 바다를 떠올려 보셔도 좋겠어요.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요른 뒤에르베르와 한스 올라프 방, 아세 브뢴둠 닐센은 실존 인물이며, 1970년 그린란드 탐험과 오메가3(EPA·DHA) 발견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다만 리드견 '나누크'를 비롯한 일부 장면과 대화는 이야기의 생동감을 위해 상상으로 각색했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The Queen of Fats》 – Susan Allport
오메가3 연구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으로, 목차에 “A Trip to Greenland”“How the Omegas Got Their Name”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번 3편과 직접 잘 맞습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https://pubmed.ncbi.nlm.nih.gov/25064579/

📖 참고자료

🔹 Fodor 외 – "Fishing" for the origins of the "Eskimos and heart disease" story (2014)

오타와 심장연구소 연구진이 40년간 쌓인 자료를 검토한 논문입니다. 방과 뒤에르베르의 1970년대 연구는 이누이트의 관상동맥질환 유병률 자체를 조사한 적이 없는데도 심혈관 보호 효과의 근거로 계속 인용되어 왔다고 지적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그린란드·캐나다·알래스카 이누이트의 관상동맥질환은 다른 인구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합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5064579/

🔹 Bang, Dyerberg & Nielsen – Plasma lipid and lipoprotein pattern in Greenlandic West-coast Eskimos (1971)
방과 디어베르그 연구팀이 그린란드 서부 이누이트의 혈중 지질과 지단백질을 조사해 발표한 초기 연구입니다. 1971년 The Lancet에 실린 논문으로, 이후 해양성 지방산 연구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4102857/

🔹 Bang, Dyerberg & Sinclair – The composition of the Eskimo food in north western Greenland (1980)
1976년 겨울 북서부 그린란드 성인 50명의 실제 식사를 조사한 연구입니다. 당시 식단에는 물개와 생선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덴마크 식단과 비교했을 때 n-3 계열 다중불포화지방산의 구성이 크게 달랐다고 보고했습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7435433/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흥미를 위한 콘텐츠로, 일부 장면과 표현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성분 및 섭취 방법은 제조사나 전문가의 지침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액 응고 관련 약을 드시는 경우에는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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