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3 얼어붙은 피를 모으다/소설 같은 이야기 (2/3편)



노트와 책 이놓여진책상과 실험실.창문으로보이는 설산과 빙하.

지난 이야기에서 두 연구자는 한 가지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그린란드 이누이트의 식생활과 혈액 속 지방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논문과 통계만 들여다봐서는 부족했습니다. 직접 그린란드로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피를 모아 확인해야 했어요.

그래서 1970년 여름, 뒤에르베르와 방은 동료 연구자 아세 브뢴둠 닐센과 함께 그린란드로 향했습니다. 오메가3 연구의 역사에서 중요한 혈액 조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970년 여름, 그린란드 북서 해안

1970년 8월, 세 사람이 그린란드 북서 해안에 발을 디뎠어요.

뒤에르베르, 방, 그리고 동료 연구자 아세 브뢴둠 닐센(Aase Brøndum Nielsen).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북극의 여름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번듯한 실험실이 없었습니다. 연구비도 넉넉하지 않았어요. 검사에 쓸 장비를 가지고 그린란드까지 찾아왔습니다.

계획은 단순했어요. 이누이트의 피를 뽑아, 그 안에 든 지방 성분을 분석한다. 말은 간단했지만, 현실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1971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1970년 8월과 9월, 북극권에서 약 500km 북쪽에 있는 그린란드 서해안 우마나크(Uummannaq)와 주변 정착촌에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971년 Bang·Dyerberg·Nielsen 연구|PubMed

가장 큰 벽은 장비도, 추위도 아니었어요.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어느 날 낯선 의사와 연구자들이 마을에 나타나서는 피를 뽑아 연구하고 싶다고 합니다. 선뜻 응하기 어려운 일이었겠지요.

충분한 사람의 피를 모으려면, 이 지역에 흩어져 사는 사냥꾼과 어부들을 만나야 했어요.

얼음의 땅을 건너 사람들을 찾아가다

그들은 북극의 마을과 정착촌을 찾아다녔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건, 올보르에서는 상상도 못 하던 풍경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땅이 지평선까지 이어졌어요.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고, 바다 위로는 빙산들이 파란빛을 머금은 채 조용히 떠 있었습니다. 햇빛이 눈과 얼음에 부딪혀 사방이 은가루를 뿌린 듯 반짝였어요.

뒤에르베르는 문득 생각했어요. 사람이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혹독한 땅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다니. 이 얼음의 세계가 그 사람들의 피에 무엇을 새겨 넣었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씩 피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을에 닿으면, 사냥꾼과 어부, 그리고 그 아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연구에 참여할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이누이트들의 피가 한 사람, 두 사람, 차곡차곡 모여 갔어요.

1971년 논문에 따르면 혈액은 최소 10시간 금식한 뒤 아침에 채취했고, 혈장을 곧바로 분리했습니다.

당시 혈액검사 방법과 연구 대상|The Lancet

하루의 조사가 끝나면 세 사람은 낮에 모은 혈액과 기록을 정리하고, 다음 조사를 준비했을 겁니다.

몸은 지쳤지만, 혈액 시료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모은 피가 130명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피가 130명분이었습니다. 서른 살이 넘은 남자와 여자들의 피였어요.

정확하게는 남성 61명과 여성 69명이었습니다. 남성들은 사냥꾼이나 어부였고 여성들은 주로 그들의 아내였습니다.

130명을 조사한 1971년 원 논문|PubMed

하지만 정작 그 피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어요.

그건 올보르로 돌아가, 제대로 된 실험실에서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피가 들려줄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원정의 끝, 세 사람은 소중한 혈액 시료와 기록을 가지고 돌아갈 준비를 했어요.

이 피가 남쪽으로 돌아가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뒤에르베르는 아직 몰랐습니다. 이 연구가 앞으로 반세기 동안 이어질 해양성 지방산과 오메가3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게 뭐냐면요

오메가3 연구의 역사는 깨끗한 실험실 안에서만 시작된 게 아니었어요. 연구자들이 직접 북극의 외딴 지역으로 찾아가 사람들의 피를 모았고, 그 작은 혈액 시료들이 새로운 질문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130명의 피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요?
덴마크 사람들의 피와는 무엇이 달랐을까요?

이제 혈액은 그린란드를 떠나 연구실로 향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피 속에서 발견된 특별한 지방산과, 훗날 우리가 오메가3라고 부르게 된 이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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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나오는 연구자, 연구 시기, 장소, 연구 대상과 결과 등은 실제 논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다만 당시 논문에 기록되지 않은 대화, 인물의 생각과 감정, 날씨와 풍경, 이동 과정과 현장의 세부 장면은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상상하여 재구성한 표현입니다. 이러한 장면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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