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감기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비타민C 연구가 내린 결론/소설같은 이야기(5/5편)

 

비타민C영양제병과 물컵. 오렌지와 화분이 놓인 테이블. 소파가 있는  거실. 베란다 풍경배경.

지난 네 편에 걸쳐 우리는 괴혈병의 공포를 지나, 파프리카의 발견을 만나고, 한 천재의 확신과 좌절, 그리고 뒤늦게 다시 이어진 연구까지 함께 걸어왔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오해가 많은 질문 앞에 서 볼게요.

환절기가 되면 저도 약속이라도 한 듯 비타민 C알약의 수를 늘립니다. 해마다 목감기에 거의 한달릉 고생하거든요. 목이 칼칼해 진다 싶으면 비상에 돌입합니다. 제가 비타민씨 알약수를 늘리는 이런 믿음이 정말 사실일지 자세일 알아보았습니다.

수십 년을 끌어온 질문

놀랍게도 이 질문은 반세기가 넘도록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답니다.

이 논쟁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사람은 우리가 앞에서 만났던 라이너스 폴링이었지요. 1970년, 그는 『Vitamin C and the Common Cold』를 펴내며 많은 양의 비타민 C가 감기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석학의 말이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요. 비타민 C와 감기의 관계는 이후 대중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오랫동안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어요. 어떤 연구에서는 효과가 나타났고, 어떤 연구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연구가 쌓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다행히 여러 임상시험을 모아 분석한 결과를 통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답

비타민 C와 감기에 관한 대표적인 자료 가운데 하나가 코크란(Cochrane)의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 여러 임상시험을 한데 모아 비타민 C가 감기를 예방하거나 감기 기간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분석했습니다.

Cochrane에서 비타민 C와 감기 연구 결과 보기

그 결과를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 볼게요.

1. 감기를 예방할 수 있나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는 비타민 C를 꾸준히 먹어도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뚜렷하게 줄지 않았습니다.

미리 비타민 C를 챙겨 먹는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감기를 막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폴링이 대중에게 널리 알렸던 가장 유명한 주장과는 다른 결과였지요.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비타민 C 보충제가 감기에 걸릴 위험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타민 C 자료 보기

2. 감기가 빨리 낫나요?

여기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평소 비타민 C를 규칙적으로 복용한 사람들은 감기를 앓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조금 짧았습니다.

코크란 분석에서는 성인의 감기 지속 기간이 평균 약 8%, 어린이는 약 14% 짧아졌습니다. 감기 증상의 심한 정도도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PubMed에서 비타민 C와 감기 체계적 문헌고찰 보기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감소율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정확히 8% 또는 14% 빨리 낫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효과가 있더라도 그 크기는 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3. 감기 걸린 뒤에 먹으면 되나요?

가장 아쉬운 대목이에요.

감기 증상이 나타난 뒤 비타민 C 복용을 시작한 연구에서는 감기 기간이나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목이 칼칼해지고 콧물이 나기 시작한 뒤에야 비타민 C를 먹으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분야의 연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코크란 연구진도 치료 목적으로 시작하는 비타민 C의 효과를 더 확인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어요

여기서 참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어요.

일반인에게서는 감기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매우 강한 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마라톤 선수, 스키 선수, 추운 환경에서 훈련한 군인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에서는 비타민 C를 규칙적으로 복용한 집단의 감기 발생 위험이 약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Cochrane에서 극심한 신체적 스트레스 집단의 결과 확인하기

하지만 이것을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 대상이 매우 특수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강한 운동과 추위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가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넉넉한 사람에게 더 부어 봐야 넘칠 뿐이지만, 부족한 상황에서는 같은 양도 다르게 작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다면 폴링은 틀렸을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어요.

그 노학자는 결국 틀린 사람이었을까요.

폴링이 주장했던 것처럼 일반인이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먹으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타민 C가 감기와 아무 관계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평소 규칙적으로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감기 기간이 평균적으로 조금 짧아졌고, 극심한 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일부 집단에서는 감기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폴링의 주장을 단순히 “전부 맞았다” 또는 “전부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과 그 크기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과학은 그렇게 한 사람의 확신으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연구를 통해 범위를 좁혀 가며 답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일반인이 비타민 C를 규칙적으로 먹는다고 해서 감기를 뚜렷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평소 규칙적으로 섭취한 경우 감기를 앓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조금 짧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 감기에 걸린 뒤 비타민 C를 시작했을 때의 효과는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극심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집단에서는 감기 발생 위험이 줄어드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 감기 예방을 위해 무작정 고용량을 먹어야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니 감기 기운이 돌 때 허둥지둥 비타민 C부터 찾기보다는 평소 식사를 통해 필요한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렌지와 자몽 같은 감귤류뿐 아니라 붉은 피망과 초록 피망, 키위, 브로콜리, 딸기, 토마토 등에도 비타민 C가 들어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비타민 C가 많은 음식 확인하기

성인의 비타민 C 하루 상한섭취량은 2,000mg입니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설사, 메스꺼움, 복부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장질환이나 신장결석 위험이 있는 사람, 철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타민 C 안전성 자료 보기

다섯 편의 이야기를 마치며

지난 다섯 편 동안, 우리는 참 먼 길을 함께 걸어왔어요.

이름도 없이 바다 위에서 쓰러져 간 뱃사람들에서 시작했지요. 배 위에서 조용히 실험을 감행한 군의관을 만났고, 평범한 파프리카 한 접시에서 중요한 연구의 실마리를 찾은 과학자도 만났어요.

두 번의 노벨상을 받은 노학자가 비타민 C에 강한 확신을 품으며 세상과 논쟁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뒤, 먹는 비타민 C와 혈관으로 직접 넣는 비타민 C가 몸속에서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다시 연구하는 사람들도 만났지요.

이 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어쩌면 아주 소박한 진실일지도 몰라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참 소중하다는 것.

옛 사람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어 낸 그 교훈을 우리는 오늘 식탁 위에서 아주 쉽게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렌지 한 조각을 드신다면, 그 안에 담긴 200년이 넘는 비타민 C의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 보셔도 좋겠어요.

비타민 C 소설 같은 이야기를 마치며

오늘은 감기와 비타민 C의 오랜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았습니다.

괴혈병에서 시작된 비타민 C의 이야기는 어떻게 파프리카와 한 천재 과학자를 거쳐 오늘날의 연구까지 이어졌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 온 “감기에는 비타민 C”라는 말에는 얼마만큼의 사실이 들어 있었을까요?

이것으로 비타민 C 소설 같은 이야기 5편의 긴 여정을 마칩니다.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비타민C 바다를 삼킨 병/괴혈병이 바꾼 인류의 역사/소설 같은 이야기 (1/5편)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Scurvy》 – Stephen R. Bown
괴혈병이 어떻게 수많은 선원의 목숨을 앗아갔고, 비타민 C의 발견으로 이어졌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역사 교양서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Scurvy (Google Books)

🔹 《The History of Scurvy and Vitamin C》 – Kenneth J. Carpenter
괴혈병 연구부터 비타민 C 발견까지의 과정을 역사와 의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표적인 참고서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The History of Scurvy and Vitamin C (Google Books)

🔹 《Vitamin C: A 500-Year Scientific Biography from Scurvy to Pseudoscience》 – Stephen M. Sagar
괴혈병 시대부터 현대의 비타민 C 연구와 메가도스 논쟁까지 약 500년에 걸친 과학의 역사를 소개한 책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Vitamin C: A 500-Year Scientific Biography from Scurvy to Pseudoscience (Google Books

🔹 《Vitamin C and the Common Cold》 – Linus Pauling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 C와 감기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대표적인 책입니다. 오늘날의 연구 결과와 함께 읽어 보면 당시 메가도스 이론이 왜 큰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https://books.google.com/books/about/Vitamin_C_the_Common_Cold_the_Flu.html?id=oQIhAQAAIAAJ

※ 이 글은 비타민 C와 감기에 관한 연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건강 정보입니다. 감기 증상이 있다고 스스로 다른 질환을 배제하거나 비타민 C를 치료제처럼 사용하지 마세요. 고용량 비타민 C가 감기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으며, 신장질환·신장결석 위험 또는 철 과다 축적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용량 보충제를 복용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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