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혈관으로 들어간 비타민C/고용량 정맥주사와 암 연구의 현재/소설같은 이야기(4/5편)

 

오른쪽 3명으과 왼쪽의 1명 과학자. 연구실 배경

지난 편에서 우리는 한 노학자의 확신이 큰 논쟁에 부딪히는 순간을 지켜보았어요. 메이오클리닉의 임상시험에서는 폴링과 캐머런이 기대했던 암 환자의 생존 이점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연구자들은 한 가지 중요한 차이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답니다. 어쩌면 폴링과 캐머런의 초기 연구와 메이오클리닉의 임상시험은 처음부터 똑같은 방법을 시험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오늘도 흥미로운 소설같은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해 볼게요.

아무도 몰랐던 결정적 차이

두 연구의 중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는 비타민 C를 ‘어떻게’ 몸에 넣느냐 하는 것이었어요.

캐머런과 폴링의 초기 연구에서는 먼저 비타민 C를 정맥으로 투여한 뒤 경구 복용을 이어 갔습니다. 반면 메이오클리닉의 두 임상시험에서는 비타민 C를 입으로만 복용하게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았지요. 어차피 같은 비타민 C인데 얼마나 다르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사실은 달랐습니다.

입으로 먹는 비타민 C는 흡수와 배설의 조절을 받기 때문에 혈액 속 농도를 계속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혈관으로 직접 넣으면 먹는 방법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훨씬 높은 혈중 농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200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먹는 비타민 C와 정맥으로 투여한 비타민 C의 혈중 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PubMed에서 비타민 C 경구·정맥 투여 약동학 연구 보기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먹는 비타민 C는 매우 많은 양을 복용해도 혈장 농도에 한계가 있지만, 정맥으로 투여하면 훨씬 높은 농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비타민 C 자료 보기

따라서 메이오클리닉의 경구 비타민 C 시험만으로 고용량 정맥 투여 방식의 효과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높은 농도에서 벌어지는 일

그렇다면 농도가 높아지면 대체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원리 가운데 하나는 과산화수소입니다.

비타민 C는 보통 우리 몸에서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정맥 투여로 매우 높은 농도에 도달하면 특정 환경에서 산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과산화수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실험실과 동물 연구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과산화수소가 일부 암세포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암세포의 반응은 종류와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지도 여러 원리가 함께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효소나 한 가지 과정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도 고농도 비타민 C가 실험실 연구에서 일부 암세포를 죽일 가능성이 관찰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고용량 정맥 비타민 C 자료 보기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에게서 암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20년을 붙든 사람들

그 다른 문제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팀이었지요.

이들이 이 주제를 연구해 온 세월은 거의 20년에 이릅니다. 한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고용량 정맥 비타민 C 연구를 꾸준히 이어 왔습니다.

그리고 2024년, 그들이 진행한 췌장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PubMed에서 2024년 췌장암 무작위 2상 임상시험 원 논문 보기

아이오와에서 온 소식

연구 대상은 4기 전이성 췌장암 환자였습니다.

총 36명이 무작위로 배정됐고, 이 가운데 34명이 실제 배정된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쪽은 표준 항암치료인 **젬시타빈(gemcitabine)과 나브-파클리탁셀(nab-paclitaxel)**을 받았습니다.

다른 쪽은 같은 항암치료에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75g을 주 3회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근 소규모 췌장암 2상 시험

이 연구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표준 항암치료군이 8.3개월,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를 추가한 군이 16개월이었습니다.

**병이 진행되지 않고 지낸 기간의 중앙값(무진행생존기간)**도 3.9개월에서 6.2개월로 길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C를 추가한 군에서 삶의 질이 나빠지거나 부작용의 빈도와 심각도가 증가하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무작위 2상 임상시험 원 논문 보기

아이오와대학교는 이 결과를 소개하면서 연구를 이끈 조지프 컬런(Joseph Cullen) 교수가 처음에는 생존기간이 12개월 정도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16개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University of Iowa에서 연구진의 설명 보기

숫자만 보면 상당히 눈에 띄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멈춰서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멈춰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마음이 설레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주 차분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 결과는 희망적이지만, 아직 확립된 암 치료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첫째, 실제 배정된 치료를 받은 참가자가 34명으로 매우 적었습니다. 작은 2상 임상시험 하나의 결과만으로 모든 췌장암 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둘째,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결과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고용량 정맥 비타민 C가 췌장암의 표준치료가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셋째, 다른 암을 대상으로 한 정맥 비타민 C 연구의 결과가 모두 같았던 것도 아닙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미국 FDA는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를 암 치료제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NCI에서 정맥 비타민 C의 임상연구와 FDA 승인 여부 확인하기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 **“비타민 C 주사가 암을 치료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일부 암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4년 소규모 전이성 췌장암 2상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정도가 맞습니다.

안전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합니다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는 단순히 영양제를 많이 먹는 것과 다릅니다.

의료진의 판단과 관리가 필요한 정맥 투여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신장질환이나 신장결석이 있는 사람은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G6PD 결핍증이 있는 사람은 고용량 비타민 C로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혈색소침착증이 있는 사람도 주의해야 합니다. 비타민 C는 철의 흡수와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용량 사용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NCI도 신장질환, G6PD 결핍증, 혈색소침착증이 있는 사람에게 고용량 정맥 비타민 C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정맥 비타민 C 안전성 자료 보기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일부 항암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담당 종양내과 의료진과 상의하지 않고 기존 치료 대신 사용하거나 임의로 추가해서는 안 됩니다.

폴링이 남긴 씨앗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폴링의 주장은 당시 충분한 임상 근거를 갖추지 못했고 많은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관심을 가졌던 고용량 비타민 C라는 질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먹는 비타민 C와 정맥으로 투여하는 비타민 C의 혈중 농도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연구자들은 훨씬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고용량 정맥 비타민 C가 일부 암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강한 확신만으로는 과학적 사실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다른 연구자들이 다시 시험하고, 틀린 것은 버리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더 큰 연구로 확인해 가는 것.

어쩌면 과학은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양이에요.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요

· 먹는 비타민 C와 정맥으로 투여하는 비타민 C는 도달할 수 있는 혈중 농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 매우 높은 농도의 비타민 C가 일부 암세포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실험실 연구에서 제시됐습니다.
· 2024년 전이성 췌장암 소규모 무작위 2상 시험에서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8.3개월에서 16개월로 길게 나타났습니다.
· 하지만 참가자가 적은 2상 연구이므로 더 큰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 미국 FDA는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를 암 치료제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 정맥주사는 의료진의 관리가 필요한 의료 행위이며, 특히 신장질환·신장결석·G6PD 결핍증·혈색소침착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마음에 담아 두시면 좋은 것은 지금 이 이야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에요.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립된 암 치료법은 아닙니다. 암 치료를 받고 계시면서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에 관심이 있다면 기존 치료를 중단하거나 바꾸지 말고, 먼저 담당 종양내과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다음 편 예고

오늘은 혈관으로 들어간 비타민 C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흔하게 듣는 “비타민 C를 먹으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말은 정말 사실일까요?

감기에 걸린 뒤 먹어도 도움이 될까요?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가 이 오래된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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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weight: 400;">※ 이 글은 고용량 정맥 비타민 C와 암 연구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건강·의학 정보입니다.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는 미국 FDA가 승인한 암 치료제가 아니며, 연구 결과만 보고 암을 자가진단하거나 기존 항암치료를 임의로 중단·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신장질환이나 신장결석, G6PD 결핍증, 혈색소침착증 등이 있는 사람은 특히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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