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혈관으로 들어간 비타민C/고용량 정맥주사와 암 연구의 현재/소설같은 이야기(4/5편)

 

오른쪽 3명으과 왼쪽의 1명 과학자. 연구실 배경


지난 3/5편,비타민C 천재의 확신, 비타민 C 메가도스 논쟁의에서 우리는 한 노학자의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을 지켜보았어요. 메이오클리닉의 임상시험이 폴링의 주장을 부정하면서, 비타민C 연구는 학계에서 조용히 잊혀 갔지요. 아무도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누군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답니다. 어쩌면 폴링과 메이오클리닉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오늘은 그 뒤늦은 깨달음에서 시작해 볼게요.

아무도 몰랐던 결정적 차이

두 진영이 놓쳤던 것은, 돌아보면 놀라울 만큼 단순한 문제였어요. 비타민C를 '어떻게' 몸에 넣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폴링과 함께 연구했던 캐머런은 환자에게 비타민C를 주사로 넣었어요. 캐머런과 폴링의 초기 연구에서는 먼저 비타민C를 정맥으로 투여한 뒤 경구 복용을 이어 갔습니다. 반면 메이오클리닉 시험에서는 비타민C를 입으로만 복용하게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차이가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요. 당시 사람들은 그게 뭐 대수냐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같은 비타민C 아니냐고요.

하지만 훗날 밝혀진 사실은 달랐습니다. 입으로 먹는 비타민C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혈액 속 농도가 어느 선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장에서 흡수되는 양에 한계가 있고, 남는 양은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혈관에 직접 넣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먹는 것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높은 농도에 이를 수 있거든요.

따라서 메이오클리닉 시험만으로는 정맥 투여 방식의 효과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훗날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래 잠들어 있던 연구가 조심스럽게 눈을 뜨기 시작했답니다.

높은 농도에서 벌어지는 일

그렇다면 농도가 높아지면 대체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연구자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비타민C는 평소 우리 몸을 지키는 착한 항산화제로 일합니다. 그런데 혈중 농도가 아주 높아지면 성격이 달라진다고 해요. 이때 과산화수소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일부 실험 연구에서 암세포에 더 큰 손상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부터예요.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원리 가운데 하나는 과산화수소입니다. 정맥으로 매우 높은 농도의 비타민C를 투여하면, 세포 주변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과산화수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암세포는 이를 처리하는 능력이 정상세포보다 약해 더 큰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제시됐지요. 다만 암세포의 반응은 종류와 특성에 따라 다르며, 그 원리를 카탈라아제라는 효소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물질 앞에서 훨씬 무력해진다는 것이지요.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주 높은 농도의 비타민C가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종양 조직에는 손상을 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연구자들이 제시한 원리입니다. 실제 사람에게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20년을 붙든 사람들

그 다른 문제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연구팀이었지요.

이들이 이 주제를 붙들고 있던 세월이 얼마인지 아세요. 무려 20년 가까이였답니다. 세상이 등을 돌린 주제를, 돈도 명예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그 연구를, 그들은 묵묵히 이어 갔어요.

그리고 2024년 11월, 마침내 그들이 내놓은 결과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이오와에서 온 소식

췌장암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2상 임상시험이었어요.

췌장암은 참 잔인한 병입니다. 미국에서 암 사망 원인 세 번째에 해당하고, 진단받은 사람 중 5년을 넘기는 경우가 12%에 그칩니다. 다른 곳으로 퍼진 경우에는 3%에 불과합니다. 연구를 이끈 컬런 교수의 말이 마음에 남아요. 유방암과 폐암 치료는 눈부시게 좋아졌는데, 췌장암만은 뒤에 남겨졌다고, 그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거든요.

연구팀은 4기 전이성 췌장암 환자 34명을 두 무리로 나누었습니다. 한쪽은 표준 항암제만, 다른 쪽은 여기에 고용량 비타민C 정맥주사를 더했어요. 주 3회, 한 번에 75g이라는 아주 많은 양이었습니다.

최근 소규모 췌장암 2상 시험

결과는 이랬습니다.

고용량 정맥 비타민C를 항암치료에 추가한 군의 생존기간이 더 길게 나타났습니다.

· 병이 진행되지 않은 기간: 약 4개월에서 약 6개월로 늘었습니다.
· 연구진은 비타민C 추가군에서 부작용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고, 환자들이 치료를 비교적 잘    견딘 것으로 관찰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컬런 교수는 이렇게 말했어요. 시험을 시작할 때는 12개월만 되어도 성공이라 여겼는데, 두 배인 16개월이 나왔다고요. 결과가 워낙 뚜렷해서 시험을 예정보다 일찍 멈췄을 정도였습니다. 췌장암 연구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잠시 멈춰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마음이 설레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주 차분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 결과는 희망적이지만, 아직 확립된 치료법이 아닙니다.

첫째, 참가자가 34명으로 매우 적었습니다. 규모가 작으면 우연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자들 스스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둘째, 확인하려면 훨씬 큰 규모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씁쓸한 현실이 있습니다. 컬런 교수는 이렇게 토로했어요. 연구진은 특허를 내기 어려운 값싼 물질이라는 점 때문에 대규모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대규모 시험에는 비용뿐 아니라 연구 설계, 환자 모집, 기존 치료와의 비교 등 여러 과제가 함께 따릅니다. 돈이 되지 않는 연구는 좀처럼 진행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다른 분야에서는 결과가 엇갈립니다. 또한 고용량 정맥 비타민C가 모든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일관된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 "비타민C 주사가 암을 낫게 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암에서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입니다.

안전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합니다.

고용량 비타민C 정맥주사는 의료 행위입니다.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전문의의 판단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 받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 신장이 약한 분: 아주 많은 양은 옥살산 신병증이라는 신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G6PD 결핍증이 있는 분: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혈색소침착증이 있는 분: 비타민C가 철의 흡수와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어 고용량 투여가     권장되지 않습니다.

· 기저질환이 있는 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체의학 시술로 고용량 비타민C를 투여받다가 신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사례가 의학 문헌에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투여 전에는 신장 기능과 유전적 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폴링이 남긴 씨앗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폴링은 방식이 거칠었어요. 근거도 부족했고, 학계와 부딪히며 오히려 연구를 늦추기도 했지요. 한 종양내과 의사는 그 다툼이 관련 연구를 십오 년쯤 지연시켰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그가 붙들었던 그 생각의 씨앗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어요.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법으로 다시 싹을 틔우고 있으니까요.

한 사람의 확신이 무너진 자리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묵묵히 다시 시작하는 것. 어쩌면 과학은 그렇게 나아가는 모양이에요.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요

· 먹는 비타민C와 정맥주사는 혈중 농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 아주 높은 농도에서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원리가 제시되었습니다.
· 최근 췌장암 2상 시험에서 생존 기간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다만 규모가 작아, 아직 확립된 치료법이 아닙니다.
· 정맥주사는 의료 행위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가장 마음에 담아 두시면 좋은 것은, 지금 이 이야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에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지만 아직 확립된 치료법은 아니니,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첫걸음입니다.

다음 편 예고
오늘은 혈관으로 들어간 비타민C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았는데요. 다음엔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감기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비타민C 감기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비타민C 연구가 내린 결론/소설같은 이야기(5/5편)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Scurvy》 – Stephen R. Bown
괴혈병이 어떻게 수많은 선원의 목숨을 앗아갔고, 비타민 C의 발견으로 이어졌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역사 교양서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Scurvy (Google Books)

🔹 《The History of Scurvy and Vitamin C》 – Kenneth J. Carpenter
괴혈병 연구부터 비타민 C 발견까지의 과정을 역사와 의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표적인 참고서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The History of Scurvy and Vitamin C (Google Books)

🔹 《Vitamin C: A 500-Year Scientific Biography from Scurvy to Pseudoscience》 – Stephen M. Sagar
괴혈병 시대부터 현대의 비타민 C 연구와 메가도스 논쟁까지 약 500년에 걸친 과학의 역사를 소개한 책입니다.
Google Books에서 보기:
Vitamin C: A 500-Year Scientific Biography from Scurvy to Pseudoscience (Google Books)

📖 참고자료

🔹 미국 국립보건원(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 Vitamin C Health Professional Fact Sheet
비타민C의 흡수와 대사, 권장 섭취량, 고용량 섭취의 부작용 및 약물 상호작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https://ods.od.nih.gov/factsheets/VitaminC-HealthProfessional/

🔹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 Intravenous Vitamin C, Patient Version
암 환자에게 사용된 정맥 비타민C 연구 결과와 신장질환, G6PD 결핍증, 혈색소침착증 등의 주의사항을 설명한 공식 자료입니다.
https://www.cancer.gov/about-cancer/treatment/cam/patient/vitamin-c-pdq

🔹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 Intravenous Vitamin C, Health Professional Version
정맥 비타민C의 작용 원리, 세포·동물 연구, 임상시험 결과와 안전성을 전문적으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https://www.cancer.gov/about-cancer/treatment/cam/hp/vitamin-c-pdq

🔹 Bodeker 연구팀 – 전이성 췌장암 무작위 배정 2상 임상시험
고용량 정맥 비타민C를 젬시타빈과 나브파클리탁셀 항암치료에 추가한 환자군과 표준 항암치료군을 비교한 2024년 임상시험 논문입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9369582/

🔹 University of Iowa Health Care – High-dose IV Vitamin C Plus Chemotherapy
34명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가 참여한 임상시험의 연구 배경과 생존기간 결과를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대학 공식 자료입니다.
https://medicine.uiowa.edu/news/2024/11/high-dose-iv-vitamin-c-plus-chemotherapy-doubles-survival-advanced-pancreatic-cancer

🔹 Linus Pauling Institute – IV Vitamin C and Pancreatic Cancer
최근 췌장암 임상시험과 고용량 정맥 비타민C 연구의 의미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https://lpi.oregonstate.edu/research-insider/iv-vitamin-c-pancreatic-cancer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흥미를 위한 콘텐츠로, 일부 장면과 표현은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성분 및 섭취 방법은 제조사나 전문가의 지침을 확인하시기 바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액 응고 관련 약을 드시는 경우에는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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